바세린, 3천원짜리 기름덩어리의 과학적 비밀

바세린 페트롤라툼

바세린, 한양대 피부과에서 처방 대신 건넨 3천 원짜리 기름덩어리.

10대 때부터 콜린성 두드러기를 앓았습니다. 체온이 올라가면 온몸에 바늘이 꽂히고, 참지 못해 손톱으로 살을 파냈습니다. 긁는 게 아니라 파는 겁니다.

밤에 무의식으로 긁고, 아침에 이불에 피가 묻어 있었습니다. 진물이 시트에 들러붙고, 뜯어낼 때 또 피가 났습니다.

아버지 친구분이신 피부과 교수님이 찢어진 팔을 보시더니 한마디 하셨습니다.

"정욱아, 거기엔 크림 바르지 마. 바세린만 얇게 발라."

3천원 VS 3만원, 핵심은 같다

당황했습니다. 편의점에서 파는 3천 원짜리 기름덩어리요?

찢어진 피부에 보습제를 바르면, 성분이 상처 안으로 스며들면서 불이 붙는 것처럼 화끈거립니다. 바르는 순간 이를 악물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 바르고 버텼고, 당연히 덧났습니다.

바세린은 분자가 너무 커서 피부 안으로 흡수 자체가 안 됩니다. 위에 얇은 기름막만 형성합니다. 찢어진 상처 위에 랩을 씌우는 겁니다.

편의점에서 집어 와서 갈라진 팔 안쪽에 얇게 펴 발랐습니다. 안 따가웠습니다. 진짜로. 뭘 발라도 이를 악물어야 했던 자리에, 아무 통증 없이 막이 얹혔습니다. 옷이 스쳐도 상처에 닿지 않았고, 딱지 없이 조용히 아물었습니다.

수분 차단율 99%의 정체

바세린의 정체는 '페트롤라툼(Petrolatum)'. 수분 증발 차단율 99%. 지구상 가장 강력한 밀폐제입니다.

3만 원짜리 세타필 크림 전성분을 뜯어보면 3번째가 이 '페트롤라툼'입니다. 판테놀, 나이아신아마이드가 붙지만 밀봉의 핵심은 바세린과 같은 놈입니다. 3만 원의 절반을 3천 원이 합니다.

단, 바세린은 수분 공급은 못 합니다. 보습제 먼저, 그 위에 바세린. 상처라 따가우면 바세린만 단독으로 얇게.

온몸에 바르면 기름막이 열 배출을 막아 오히려 터집니다. 무너진 곳에만 점 보수. 그게 바세린 쓰는 법이었습니다.

다들 긁거나 갈라진 피부에 뭘 발라야 할지 몰라서, 그냥 참은 적 있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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